간만에 브랜드 소개다. 처음 썼던 글인 그라프페이퍼 소개(링크) 이후로 첫 번째인 것 같은데 사실 최애 브랜드 느낌은 아니고 최근에 좀 꽂혀서 자주 들락날락하는 브랜드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가 옷을 대하는 생각이 어떤지를 조금 말하고자 한다.
필자는 옷을 잘 입고 싶었다.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에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옷을 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생긴 현재이다. 필자는 지금도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이 있다. 옷을 잘 입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럼 과연 옷을 잘 입는다라는 게 뭘까? 굉장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문제인 것 같다. '옷을 잘 입음'의 명쾌한 해답은 없지만 잘 입은 옷들 중에서 나름의 공통점을 끌어낼 수는 있다. 가령 무드가 좋다던지,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던지 아님 명품에 빈티지를 섞는다던지..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옷을 잘 입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 스타일과 패션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냐'이다.(TPO를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인 TEATORA도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전개하는 브랜드이다.
옷의 겉모습(what)보다는 그들이 왜 이런 옷을 만든 지에 대한 철학(why)에서 시작된 브랜드이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TEATORA의 찐한 철학과 옷의 매력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테아토라는 작업 의자에서 싸움을 하는 현대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일본 브랜드이다.
블루칼라(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워크웨어가 아닌 화이트 칼라(사무직 노동자)들을 위한 철저한 기능성 워크웨어인 것이다.
이들이 옷을 내는 방식은 꽤나 특이한데 여타 브랜드처럼 매 시즌마다 옷을 내는 것이 아닌 완성도 있는 궁극적인 옷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시기를 정해놓지 않고 옷을 낸다. 2013년에 바지 2종류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꽤나 많은 시리즈들을 거느리고 있다.
시리즈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PACKABLE라인은 옷의 크기를 최소화하여 들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옷들이다.
대략 이런 느낌인데 PACKABLE 라인의 마크가 비행기인 이유도 비행기를 타고 자주 왔다 갔다 하는 화이트칼라들을 위한 옷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지류부터 시작해서 셔츠, 자켓, 다운, 코트 등 모두 패커블 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 수도 있다.
"저렇게 싸매고 가면 나중에 입을 때 구겨져서 입기 곤란하지 않을까?"
이 문제는 원단이 해결해준다. 패커블 라인은 tech-tussah(터서)라는 패브릭을 쓰는데 일반 터서와는 다른 테크 터서는 가볍고 주름 방지 효과(防皺)도 있다. 비행기를 이용할 때 또 좋은 시리즈가 있는데 바로 SOLO MODULE이다.
솔로 모듈라인은 Solotex 원단을 사용한다. 늘어짐이 좋고 복원력도 강하며 360도 스트레칭이 되는 원단이다.(한마디로 말해서 막 굴려 입어도 되는 옷이다.) 솔로텍스의 또 다른 특징은 속건성 원단이라는 것인데 예를 들어서 저녁에 이 옷을 빨면 아침에 말라서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출장 때문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딱이지 않는가?
최경량을 목적으로 하는 EVAPORD, 악천후에 견디기 좋은 BARRIERIZER 등 각 시리즈마다 용도가 있고 쓰이는 원단도 다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TEATORA 홈페이지에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teatora.jp/)
TEATORA의 옷은 재밌는 요소들이 많다. 첫 번째로 수납력이다.
기본적으로 손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가기 때문에 꽤나 좋은 수납력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는 고무 부자재이다.
다 읽어볼 필요는 없고 잃어버릴 수도 있는 스냅 단추 대신 고무 스냅을 사용하고 이러한 점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참고로 저 부자재는 테아토라에서밖에 안 나온다.(안타까운 점은 되게 좋아 보여도 막상 끼우고 풀기가 은근히 힘들다. 뭐 좋게 생각하면 잘 안 풀리는 스냅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는 패턴이다. 기능성 의류라면서 왜 패턴 얘기가 안 나오나라고 생각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인체 공학적인 패턴을 땀으로서 극한의 하이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옷이다.(베일런스랑 비슷한 거 같기도?)
패턴을 잘 따서 인지 아니면 사소한 디테일 때문인지 드레시함도 많이 묻어나는 옷이다.
바지 같은 경우엔 허먼밀러(기능성 의자 회사)와 합작을 했다던데 (좋은 의미로) 정말 변태스러운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디렉터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옷이다.
테아토라의 매력은 대단하다. 필자는 요즘 정신을 못 차리겠다.
옷이 꽤나 재밌지 않은가? 하지만 가격은 그렇게 재밌지만은 않다.
전역한 다음에 일본에 직접 가서 사던가 별주를 넣던가 할 거 같다. 쌓여가는 군적금이 뿌듯해지는 하루이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TEATORA 공식 홈페이지 입니다.(teator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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