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가들의 감각

by sunshiney 2021. 7. 28.

우리에게 영감은 예고 없이 불현듯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정보를 소비할 때에 , 차분히 커피 한잔을 들이켤 때 ,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에..도 말이죠.

저 같은 경우 보통 지나가던 사람들의 스타일을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무덤덤하게 자신의 멋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에게서 주로 영감을 얻곤 합니다. 특히 그분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예술 쪽에 몸 담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낳기도 하는데 스타일만 보고도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니, 재밌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행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생 로랑의 명언을 떠올리면서 여태까지 예술가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스타일, 아이템들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01

블랙 니트 타이 하면 폴 뉴먼이 떠오르고 물이 다 빠진 프렌치 워크재킷 하면 빌 커닝햄이 떠오르듯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일종의 아이코닉함을 불러일으키는 패션의 묘미는 훗날 우리가 일상적인 옷을 입을 때도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결국엔 현직자 아니곤 패션이 다 즐거움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 글도 가볍게 즐겨주세요.

 

 

○아이비(ivy style)

아이비 스타일을 유독 사랑했던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아이비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보자면 세계 2차 대전 이후, G.I.Bill* 을 통해 생계 지원을 받던 참전 용사들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대거 유입됐고 이들이 군인 시절 입었던 옷들이 과거 30년대 특권층의 복식과 섞이며 완성된 스타일입니다. 대표적인 아이템으로는 치노 팬츠, 페니 로퍼, 옥스포드 버튼다운 셔츠, 스웻셔츠 등이 있습니다.

 

*G.I.Bill(Goverment Issued Bill) : 세계 2차 대전 이후에 퇴역 군인들을 위한 사회 보장 제도

012

아이비 스타일이 50년도를 거치며 완성되갈 때 당시 잘 나가던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아이비 스타일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일스, Zoot suit* 대신 Sack suit를 입어봐!"

50년대 당시, 쿨 재즈로 서부를 주름잡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동부 지역 공연에서 Sack suit를 입게 된 건 동부에 위치한 한 캠퍼스 숍 스텝의 제안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켓 허리에 다트를 치지 않은 게 마치 포대자루(sack)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색 수트는 윗 사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일스가 동부 공연 이후로 Sack suit만 입게 됐다는 풍문이 있기도 합니다.

 

*Zoot suit : 30~ 40년대 유행한 과장된 실루엣의 수트

Sack suit
Miles Davis

 

마일스 외에도 당시 핫했던 쳇 베이커, 빌 에반스, 폴 데스몬드 등의 아티스트들이 아이비 스타일을 입고 전국을 돌아다니게 되면서 결과적으론 동부의 아이비 스타일을 전국으로 퍼뜨리는 계기가 되었고 쿨 재즈라는 장르의 인상을 낳는데 아이비 스타일이 한몫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012

 

○뿔테 안경(plastic-frame glasses)

뿔테 안경을 쓴다는 건 얼굴에 선을 긋는 것과 같아서 이미지에 많은 변화를 주곤 합니다.

그럼에 예술가들의 개성은 안경에서도 엿볼 수 있겠습니다. 

Andy Warhol

 

앤디 워홀,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도 맞닿는 그의 패션 세계는 안경으로 점 찍힙니다. 

그는 분홍빛 파스텔 톤의 아세테이트 안경을 주로 쓰곤 했는데 당시 보수적이었던 문화에서 남자가 분홍빛 안경을 썼다는 시도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으로 보입니다.

 

앤디 워홀과 다르게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검은색 뿔테를 즐겨 쓰는 아티스트들도 종종 있습니다.

그의 절친이었던 데이비드 호크니나 앞서 말했던 빌 에반스 같은 아티스트들도 안경을 빼놓을 수 없는 이미지의 소유자 들이지요.

01

 

공간성에 항상 날을 세워야 하는 건축가들에게선 일종의 기하학적인 안경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낳은 사람이 바로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입니다.

Le Corbusier

그의 모더니즘적 건축세계, 보수적인 뿔테 안경이라는 간극엔 매력으로 가득 참이 보입니다.

후대의 건축가들인 필립 존슨, 디터 람스 같은 아티스트에게서도 그의 이미지가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스트라이프 티셔츠(Stripe T-shirts)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그 기원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곤 합니다.

개인적으론 보더티가 어감이 좋아서 이 글에선 보더티라고 부르겠습니다.

보더티의 스트라이프는 일종의 클래식한 무늬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과거 중세 유럽에선 이 눈에 띄는 줄무늬를 여러 문제아들에게 입히곤 했습니다. 죄수복의 스트라이프도 여기에서 내려져오던 것이죠.

 

보더티가 프렌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역사의 근간을 살펴보면 프랑스 해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19세기에 마리니에르라는 이름의 속옷으로 군에서 채택되고, 이후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Pablo Picasso 

보더티를 사랑했던 아티스트로 피카소를 떠올리실 분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의 보더티 사랑은 대단했던 게 말년에 그는 보더티를 입지 않으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고 한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밥 딜런, 오드리 헵번, 브리짓 바르도 등등..  보더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이템입니다.

01
1. Bob Dylan  2. Audrey Hepburn 

1959년도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서 진 세버그(Jean Seberg)가 근사하게 보더티를 입은 사진이 있습니다.

01

당시 반항적이면서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보더티가 재 몫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흡사 20~30년대 가브리엘 샤넬이 입었던 이미지와도 겹쳐 보이면서 말이죠.

 

프렌치 무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얼른 가을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보더티에 청바지, 홀스빗 로퍼를 신고 거닐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항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글보다 유익하고 내일 글보다 덜 유익한 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Sty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선의 미(美), 니트의 계절  (0) 2021.08.21
내게 맞는 바람막이는 무엇일까  (0) 2021.08.12
Women's denim pants (Levi's 701)  (0) 2021.07.18
the fashion icons  (0) 2021.06.27
화이트 칼라들을 위하여(TEATORA)  (2)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