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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곡선의 미(美), 니트의 계절

by sunshiney 2021. 8. 21.

가을은 묵혀뒀던 fw 옷을 꺼내 입을 수 있기에 꽤나 기분 좋은 계절이다. 

그중에서 니트, 가을에 단품으로 혹은 겨울철 레이어링으로 재 역할을 하는 니트의 매력은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잘 만들어진 니트는 각자의 체형에 맞게 유연해지면서 튼튼하기까지 하니 비싼 거 하나 사서 몇 년은 죽치고 뽕 뽑기를 좋아하는 필자에겐 꽤나 애정이 가는 옷이다.

 

최근 들어 V넥 페어아일 니트에 꽂힌 데는 요상한 이유가 있었으니 말보단 사진으로..

Edward  Ⅷ (1894 ~ 1972)

여전히 패션 아이콘으로 언급되는 윈저공(에드워드 8세)이다. 골프의 성지인 세인트앤드류스 골프 클럽에서 당시 자켓 안에 베스트 대신 페어아일 니트를 입으며 유행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위와 같은 옷은 셰틀랜드 어부들의 옷이었는데 꽤나 고상한 복장에 섞어 입음과 동시에 강아지 털 따윈 개의치 않는다는 저 쿨한 표정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출처: barbershop

사진은 앞서 본 윈저공의 니트를 모티브로 만든 Jamieson's의 v넥 니트다. 

Jamieson's은 shetland에서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브랜드인데 100% shetland산 양모의 머신 니팅을 최초로 성공한 꽤나 유서 깊은 가문이다.

단품으로 멋을 내기보다는 피코트 안에 레이어링으로 슬쩍슬쩍 보이게 입으면 참 예쁠 거 같은데 필자의 이런 알 수 없는 취향을 걱정의 눈초리로 일관하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녹이기엔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각설하고 이번엔 케이블 타입의 니트들을 한번 살펴보자.

케이블 니트 하면 스티브 맥퀸의 아란 니트(피셔맨 니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니트 하나도 뚝불에 밥 비벼먹듯 소화해버리는 맥퀸의 옷을 함부로 따라 샀다간 현실을 직시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케이블 문양이 탄생하게 된 건 종교적, 토속적인 요인과 연관이 깊은데 과거에 아일랜드 섬사람들의 출신을 구분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었다.

아일랜드에서 일하던 어부들이 바다에 빠져 다른 섬으로 떠밀려 오면 입고 있던 니트의 케이블을 보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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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opeye/AH.H/AH.H

피셔맨 니트를 오리지널리티에 맞게 마초적인 맛에 입는 것도 멋있지만 다른 감성에도 녹아들기 좋은 옷이다.

사진을 보면 더플코트처럼 일본의 섬세한 미소년 감성과도 꽤나 궁합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케이블은 아닌데 과거 선원들이 입던 옷이라는 점에서 배경을 같이하는 옷들이 있다.

andersen andersen, batoner, yashiki 등에서 나오는 옷들을 떠올리면 좋은데 이 또한 사진으로..

012

(half)cardigan stitch라고 해서 골이 깊은 짜임을 말하는데 흡사 이세이 미야케 플리세와 같은 쿨한 매력을 가진 옷이다.

질감은 안데르센X2 , 바토너는 꽤나 탄탄하고 야시키는 유연하다.

안데르센x2 만큼 탄탄한 니트를 가지고 있진 않은데 경험해본 사람들 말로는 마치 고온스 데님처럼 길들이면 길들일수록 유연해져서 이런저런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근데 또 착용감이 탄탄하다고 오래 입는 건 아니고 마찰견뢰도나 링킹의 정도 등 이런저런 것들이 고려돼야 하는데 확실한 건 위에서 말한 세 브랜드는 뭐 말할 거 없이 잘 만드는 브랜드이다.

 

 

마지막으로 쉐기독.

shaggy dog

쉐기독(shaggy dog)은 사전적 의미로 복슬복슬한 개를 말하지만 이런 개 못지않게 복슬복슬한 니트를 일컫는 말이 됐다.

브러쉬드 점퍼(brushed jumper)라고 하는 이 옷은 기본 울 니트를 만들어 놓고 티즐(Teasel)이라고 하는 산토끼풀로 니트를 긁어내 필링을 만든 옷이다. 

012

위에 부들과 강아지풀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할법한 식물이 바로 티즐(Teasel)이다. 기계에 티즐을 끼인 후 니트를 여러 번 통과시켜 필링의 정도를 결정하는데 이걸 하는 이유가 니트에 기모를 내서 함기율을 높이면 공기를 더 많이 가둬서 더 따뜻하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내려져 오던 클래식한 아이템인 만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당장 그레일드에 shetland만 쳐도 쉐기독이 쏟아져 나온다. 현행 새 재품을 찾는다면 harley of scotland, howlin', shetlander, Jamieson's , j.press 등등.. 좋은 접근성을 가진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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