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드리스 반 노튼 (Dries Van Noten)
드리스 컬렉션이라는 다큐를 보고 한층 더 빠졌던 디자이너입니다. 다큐에서는 디자이너로서의 고충과 매력이 정말 잘 드러나고 정원사로서의 아름다운 집과 넓은 정원이 담겨있습니다. 거의 매 시즌 등장하는 꽃, 자연의 모티브를 정원에서 많이 따온다고 하는데 정원의 크기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드리스 반 노튼은 앞서 본 앤 드뮐미스터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반문화의 허무주의를 옷에 담지 않았고 오히려 활기를 담았습니다. 또한 무채색보단 화려한 색감과 패턴을 보여줬습니다. 그의 옷은 웨어러블 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사실 그의 초기 컬렉션(92,93)들은 90년대의 미니멀리즘 흐름에 가까웠습니다. 그가 94ss로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해 여성복에 화려한 패턴, 자카드 원단, 동양적 모티브 등이 보이면서 지금의 드리스 반 노튼 이미지가 연상되기 시작합니다.
패턴의 마술사라는 별명이 낯간지럽지 않은 그의 디자인은 좋은 영감의 출처가 됩니다.
그의 여성복 컬렉션을 말할 때 동양적인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는데 그는 특히 인도를 좋아합니다.
동양적 신비주의, 하나하나 수놓은 원단, 화려한 패턴.. 이를 기본으로 그가 만든 옷들은 굉장히 치밀합니다.
원단의 선택부터 실루엣의 가감, 드레이핑의 계산 등 웨어러블함에서 미의 최고치를 보여준 디자이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의 컬렉션을 앞에서 말한 말로만 함축시키기엔 너무나 얕은 지식일 수 있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들이 공존하는 컬렉션이니 직접 겪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어줍잖은 느낌을 전달하기보단 솔직한 사람이 돼서 더 좋은 글을 내놓겠습니다.
광고보단 훌륭한 쇼에 더 집중하고 브랜드의 뮤즈를 세우기보단 패션은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철학은 항상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가 명확하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항상 무게 있는 그의 모습과 철학을 익히고 싶은 마음입니다.
5. 월터 반 베이렌동크 (Walter Van Beirendonck)
작년에 버질의 카피 논란에 대해 말하면서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던 디자이너입니다.
베이렌동크의 발언들을 diet prada에서 재조명하면서 이슈가 됐던 이 논란은 버질의 반박과 칸예의 개입으로 어찌어찌 종료됩니다. 그가 존경해 마지않는다던 라프 시몬스가 베이렌동크 밑에서 일한 점을 생각하면 과연 버질이 베이렌동크의 컬렉션을 안 봤을까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기 때문인지 버질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입장인 점은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처럼 월터 반 베이렌동크는 꽤나 난해하고 초현실적인 디자인으로 대표됩니다. 그의 컬렉션은 항상 의복 너머에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기에 뒤따라 오는 컬렉션에 대한 해석을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 사실 그냥 봐도 재밌습니다.
https://www.vogue.com/fashion-shows/designer/walter-van-beirendon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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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형용하기 힘든 이미지들입니다. 창의력의 끝판왕을 보는 기분이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런 옷들은 지시할 수 있는 걸 보면 테일러링에 굉장히 조예가 깊어 보입니다.
옷 입는 게 지겹고 어려웠을 때 어쩌다 베이렌동크의 컬렉션을 본 적이 있는데 재가 쥐어짜던 창의력과는 차원이 다름을 느끼고.. 재 일상복과는 전혀 관계없는 스타일이지만 아무튼 도움이 많이 된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 디자이너이면서 앤트워프의 패션 부서장 자리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줄지 궁금한 사람입니다.
6. 더크 비켐버그 (Dirk Bikkembergs)
패션의 관능미(sensuality)와 스포츠의 결합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2017년, 야심 차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영입했지만 왜인지 3번의 컬렉션 이후 더크 비켐버그의 컬렉션은 중단되었고 현재는 중국에서 라이센스를 사버리는 등으로 이름만 남은 브랜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그리 아는 것도 없고 관심 있던 디자이너가 아닌지라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마틴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
90년대에 서구식 해체주의를 보여준 마틴 마르지엘라의 아카이브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마틴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저에게만 뜻깊은 디자이너는 아니겠지만 말이죠.
그는 앤트워프 졸업 이후 장 폴 고티에 아래서 3년을 보내고 89년에 그의 친구 제이 마이렌스와 함께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를 세워 첫 컬렉션 시작을 시작합니다.
마틴은 마치 옷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거 같습니다. 그 본질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은 멋있는 옷이 본질에 부합하고 가장 좋은 옷이라고 생각해보면 그의 깨우침을 조금은 맛볼 수 있습니다.
패션에서 해체주의라는 단어는 90년대 패션 사진작가 빌 커닝햄이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을 설명할 때 처음 나온 단어입니다. 마틴의 옷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기에 해체주의라는 표현이 붙을 수 있었고 이어지는 그 과정에게 저마다 다른 깊이감을 다르게 주었기에 그의 옷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내부에 위치한 솔기와 재봉선을 노출시키고 빈티지를 재활용하는 면모는 완성된 의복보다 의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집중하게 합니다.
미완성인 옷이 완성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디자이너가 마침표를 찍어서가 아닌 완성된 옷에는 안정감이 있고 미완성된 옷에는 생동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에 완성과 미완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의미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美)의 사각지대를 보여준 디자이너가 마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중들이 진정 옷에만 집중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르지엘라의 시그니처에는 과도하게 노출되던 디자이너 이름보단 옷 자체로 판단되기를 바랬던 마음이 보입니다. 그가 미디어의 노출을 꺼려하고 모델들의 얼굴을 가리는 데에도 같은 이유였다고 합니다.
커리어를 이어오던 마틴은 97년에 에르메스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게 됩니다. 기존에 형성된 럭셔리의 이미지를 쫓기보다는 자신만의 감각을 내세워 단순히 풍성한 드레스에 값비싼 가방을 든 여자만이 세련된 여자가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당시의 여론은 밋밋한 옷의 연속은 재미없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마틴의 컬렉션은 훗날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여성상의 초석이 됩니다.
2007년, 불현듯 그는 패션계를 떠났습니다. 나중에 밝히기를, 패션이 상업화되면서 다양한 취향이 생기고 이는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시스템이라고 판단하였기에 떠났다고 합니다.
2014년에 존 갈리아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기 전까지 마틴과 일하던 스텝들은 마틴의 감각을 떠올리며 컬렉션을 이어나갔습니다.
https://www.highsnobiety.com/p/martin-margiela-comeback-artist/
Martin Margiela Is Making a Comeback as an Artist
After walking away from fashion in 2009, Belgian designer Martin Margiela is making a comeback as an artist. Learn about his upcoming show here.
www.highsnobiety.com
그 후 2021년, 마틴 마르지엘라가 올해 초에 예술가로서 전시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컬렉션 이후 다양한 예술분야에 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한다는데 마치 헬무트 랭이 떠오르는 행보입니다. 그를 패션 씬에서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가 선보인 역작들은 영원히 기록되어 중요한 아카이브가 될 것입니다. 그들의 컬렉션은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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