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yle

Classic + Contemporary = Chic (feat. 안경 이야기)

by sunshiney 2021. 9. 14.

요즘에 리얼 맥코이보단 비즈빔캐피탈이, 랄프로렌보단 아메리온도르드레익스가 핫하다는 점은 보수적이었던 재 시선을 깨기에 꽤나 좋은 예시였습니다.

그렇다고 클래식과 복각이 열등하다는 것은 아니고 두 부류가 돌고 돌아 결국엔 취향이라는 잣대로 나뉘며 그 소비자가 그 소비자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열을 나누는 게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패션 꽤나 좋아한다는 사람 아니면 결국 그 옷이 그 옷처럼 보이기 십상인데 1mm로도 근본이 갈리는 안경도 이런 논제에 엮이기 좋은 글 거리입니다.

클래식과 컨템 사이, 그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색깔을 짙게 나타내는 안경들은 꽤나 시크하게 다가옵니다.

 

1. 자크마리마지(Jacques Marie Mage)

미국 하우스 브랜드 자크마리마지는 프랑스 디자이너 제롬 자크마리마지가 이끄는 브랜드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프렌치 풍 안경을 일본에서 생산하며 드래곤볼 뺨치는 퓨전 운영을 보여줍니다.

부속품 자체 생산, 고증이 살아있는 디테일에도 좋은 만듦새를 보여주기에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자크마리마지 Felix 모델

그들은 럭셔리 아이웨어라는 근간에 맞게 예술사조, 오브제, 반영웅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매 시즌 컬렉션을 진행합니다.

베스트셀러인 제피린과 쉐리단은 각각 교황 제피리노, 필립 쉐리단 장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출처: Jacques Marie Mage website

제피린(Zephirin) 모델을 살펴보면 사각 프레임, 키홀 브릿지, 길게 뻗으며 뚝 떨어지는 엔드피스를 보면 프렌치 스퀘어(파리지엥)의 연장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oror website

두꺼운 fat temple을 보며 전형적인 빈티지 파리지엥 맛이구나 싶을 때 박차 모양의 템플 리벳과 18K Gold로 떡칠한 화살촉 리벳이 정신 차리라며 싸대기를 후려갈기는 수순이 일품입니다. 크롬하츠와는 또 다른 맛의 럭셔리입니다.

마찬가지로 키홀 브릿지, 길게 뚝 떨어지는 엔드피스, P-3* 타입의 렌즈 쉐입으로 미루어보아 프렌치 판토 혹은 보스턴 쉐입을 기반으로 한 쉐리단(Sheridan) 모델입니다.

 

P-3*(Panto 3mm) : 세계 2차 대전 때 편의를 위해 양산되던 렌즈 쉐입. 렌즈가 완벽한 원형이 아닌 수평과 수직의 길이 차이가 3mm인 쉐입을 말한다.

한눈에 봐도 정교한 컷팅이 눈에 띄는 전면부입니다. 직선적인 면모, 렌즈 중단 내외부에 두꺼운 컷팅이 과거 프레임 프랑스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럭셔리와 모던함이 엿보이는 안경입니다. 이번엔 조금 볼드한 모델도 살펴보겠습니다.

웰링턴 형태를 기반으로 둔 딜런(DEALAN)이라는 모델입니다. 정확히는 엔드피스가 살짝 올라간 프렌치 웰링턴에 가까운 형태인데 존 F. 케네디가 쓰던 아메리칸 옵티컬의 사라토가를 떠올린다면 비슷한 형태가 보일 겁니다.

이 모델 또한 자크마리마지만의 럭셔리함으로 과하지 않은 새로운 맛을 선사합니다. 금 색깔 부자제는 신기하게도 질리지 않네요.

남들이 봤을 땐 그저 뿔테로 일괄될 수 있지만 그들의 제작방법과 영감은 여전히 안경 덕후들의 가슴과 지갑을 불태웁니다.

 

2.FACTORY 900

The Futures Eyewear라는 모토를 가지고 진행되는 일본 아이웨어 브랜드입니다.

일본의 Japonism, 999.9 등의 브랜드와 결을 같이 하는 미래지향적 브랜드로서 대중적으론 과할 수 있는 디자인들로서 공존하지만 그만큼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안경들을 선보입니다.

착용보단 소장하는 편이 맘 편할 안경들이 많지만 안경계의 오뜨꾸뛰르라고 받아들이면 그나마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이들은 FACTORY900, factory900, FACTORY900 RETRO 3가지 라인을 통해 각기 다른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세 라인이 공통적으로 하이테크,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기본으로 하는데 RETRO라인은 그나마 친숙하고 얌전하게 다가옵니다. 오늘 쓰는 글과 가장 잘 부합하는 RETRO라인은 프렌치 빈티지를 만들던 1950년대로 돌아가서 그들이 안경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디자인됩니다.

출처: totalsunglass wepsite

그렇게 40~60년대 크라운 판토(루프라인)를 모토로 만든 RF-053 모델입니다. 빈티지 프렌치의 영원한 고충이던 얄짤없는 코받침을 개선하면서 브릿지 디자인으로 재치 있게 넘겼네요. 또한 직선적인 컷팅으로 훌륭한 밸런스와 고증을 만들어낸 모델입니다.

 

빈티지 프렌치 안경의 특징은 체계적인 미국 빈티지와는 다르게 여러 공방 제품들로 산포 되어 있었습니다. 프랑스 쥐라(Jura) 지역 모레(Morez) 내의 공방을 중심으로 생산되다가 60년대에 레스카가 공방들과 계약을 체결하며 1970년대에 들어서야 시장 내에 브랜드들이 갖춰집니다.

그래서인지 레스카 빈티지와 이름 모를 공방의 안경을 비교해볼 때 눈이 그냥 구멍이 아니라면 98% 똑같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출처: totalsunglass website

이번엔 타르트 옵티컬의 아넬을 필두로 한 아메리칸 보스턴 쉐입의 RF-032 모델입니다.

FACTORY900은 쉐입에 있어서 굉장히 자유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그들이 가진 자체 아세테이트 공장과 독자적인 컷팅 기술 덕분인데 차별화된 쉐입을 추구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브랜드인 것 같습니다.

출처: PAPYRUS website

이면엔 정면에선 잘 볼 수 없는 엔드피스 상단 쉐입과 독특한 힌지 디테일이 숨겨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얼굴이 넓더라도 착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준 디렉터의 친절함이 느껴집니다.

 

3. 안네 발렌틴(Anne et Valentin)

부인 안네가 남편 발렌틴에게 안경을 만들어주면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라는 정형화된 멘트로 시작되는 이 브랜드는 프랑스를 기점으로 프렌치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안경을 만듭니다.

조금은 아기자기한 감성 때문인지 호불호가 있고 대중화되기엔 힘든 라인도 많지만 그런 비주얼이 무색하게 높은 완성도와 밸런스를 갖춘 안경들을 선보입니다.

출처: totalsunglass wepsite

클래식 라운드 스타일에 Ful-Vue*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은 REMIX 9C38 모델입니다.

특징적으로 색이 다른 이중 브릿지가 보이는데 쫙 뻗은 엔드피스와의 균형감이 예술이라고 느껴집니다. 일본 생산이다 보니 기술력도 믿을 수 있겠네요.

 

Ful-Vue* : 렌즈 중앙에 위치하던 경첩을 렌즈 상단으로 올린 디자인. 1930년대 초 A.O사에서 특허냄.

출처: totalsunglass wepsite

급격하게 가늘어지는 림은 안네 발렌틴의 시그니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끝에는 무게를 실을 수 있는 파리채와 노브랜드 밥주걱 그 어딘가에 위치한 템플 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출처: totalsunglass wepsite

바우하우스의 'Less is more' 정신을 모토로 미니멀리즘을 보여주는 M2 9A15 모델입니다. 앞에 붙은 M자의 의미가 탈모가 아님은 다들 아실 겁니다. 크라운 판토 형태를 기본으로 티타늄에 아세테이트를 덧대면서 절제된 위트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아세테이트의 엔드피스를 짧게 설계한 점에서 현명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출처: totalsunglass wepsite

템플 뒷부분에도 아세테이트를 더해 전체적인 조화에 신경 썼음이 보입니다. 볼록한 템플 팁은 여기에도 쓰였네요.

 

 

+글을 마무리지으며 재가 쓴 글임에도 3가지 브랜드의 선별 기준이 궁금해졌습니다. 대중적일 수는 있어도 대중과 타협하진 않는 브랜드와 혹은 아직은 덜 알려졌다고 판단된 FACTORY900(지극히 주관적 생각..)도 넣어본 거 같습니다.

다음 안경 글이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다시금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간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되기 싫으면..(훌쩍)

'Sty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티지, 아나토미카, 그리고 세 인물  (0) 2021.10.30
G. Bruce Boyer interview  (0) 2021.09.26
전쟁 속 물자 제한이 낳은 패션  (0) 2021.09.08
Antwerp 6 - (下)  (0) 2021.09.03
Antwerp 6 - (上)  (0) 202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