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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전쟁 속 물자 제한이 낳은 패션

by sunshiney 2021. 9. 8.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 주변엔 언제나 전쟁 투성이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헤밍웨이의 책들, 수없이 봐왔던 전쟁 영화, 전쟁의 잔혹성과 허무함을 새삼 느끼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옷 얘기를 하기에는 전쟁만큼 도움된 사건이 없기도 합니다. 전쟁의 당위성 이런 건 다 제쳐두고 온전히 옷 얘기만 해보자고요.

때는 세계2차대전 시기(1939~1945)입니다.

1942년 1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시생산국(WPB)이라는 기관을 세우며 미국 내 산업에 있어서 전쟁 물자 말고는 모든 것을 절약하며 생산하라는 지침을 내립니다. 

당시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폭격이나 원자재 수입 불가로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민간 옷에 버튼의 개수, 여분의 원단이 필요한 플리츠, 턴업 등을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당시 리바이스를 생산하던 미국 발렌시아 팩토리에선 42~46년 4년간 최소한의 물자를 이용해 S501XX(LVC 44501)를 만들게 됩니다.

흔히 대전 모델이라고 불리는 이 모델은 역사상 가장 미니멀한 501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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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상징인 월계수 버튼, 쇠의 절약을 위한 도넛 버튼 디테일, 총알의 재료인 구리보단 철로 만든 리벳을 사용한 점이 돋보입니다. 또한 서스펜더 버튼, 신치백, 코인 포켓 리벳이 없어지고 실의 절약을 위해 *아큐에이트를 봉제 대신 페인트로 칠했기에 금방 지워진다는 특징을 가진 모델입니다.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만들다 보니 개체마다의 차이가 큰 꽤나 재밌는 모델로 꼽힙니다.

 

*아큐에이트 : 백 포켓에 나타나는 스티치

 

동시대에 영국에선 CC41(Civilian Clothing 1941)이라는 라벨을 내세우며 긴축을 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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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41의 문양은 마치 치즈 2개를 자른 모양과도 같다 하여 Two Cheeses라고도 불렸습니다.

Controlled Commodity라고도 불리는 이 정책 또한 의류, 신발, 가구 등에 있어서 절약을 요구했습니다.

나라에서 정한 기준대로 만들어진 제품에는 CC41 라벨이 붙었고 이 제품들은 면세의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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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구두 브랜드인 처치스, 에드워드 그린의 굽 높이를 낮춘다던지, 더블 브레스티드를 금지하고 버튼의 개수를 제한한다던지, 미국과 비슷하게 시행된 이 정책은 41년부터 52년까지 시행됩니다.

CC41은 물건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드는데 그 속에서도 일종의 디테일들이 살아있는 제품을 보면 꽤나 재밌습니다. (그래도 멋은 포기할 수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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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rmo에선 이를 복각의 대상으로 삼곤 합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상표를 아예 샀나 봅니다.

CC41이라는 라인이 출시되는데 위와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옷을 보면 조금은 아는 체를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동시대에 정책같이 큰 기록이 없어서 그렇지 알게 모르게 물자 제한이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밀리터리 유니폼만 봐도 그렇고요. 이런 것도 있습니다! 하는 건 댓글로 적어주세요. 아무쪼록 간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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